마음의 집  THE HOUSE OF MAUM

Sound Art, Sound Installation

소실공간 3rd Exhibiton 2024 : Homecoming
EEAMS (Ewha Electro-Acoustic Music Studio)
August 4 - 9, 2024


3D printed PLA object, headphones, 
and research documents

<마음의 집>은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각각 내 마음 안에 집의 형태로 존재하며, 그 관계 사이의 기억들이 소리로서 존재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 채의 집을 소개한다. 나의 조부, 부친, 그리고 나 자신, 즉 3대의 관계를 다룬다. 

사운드 재료로 활용되는 텍스트는 조부께서 생전에 자필로 남기신 '東源日記(동원일기)'(부친이 태어나고 생후 1년까지 매일을 기록한 일기)와 부친이 나를 위해 남기신 캠코더 영상, 글, 그리고 출생신고서에서 따왔다. 또한 부친의 목소리를 학습하여 만든 AI 음성을 활용했다. 한글, 한자, 영문이 뒤섞인 '동원일기'를 데이터화하면서 성인이 된 내가 조부가 쓰신 글을 통해 부친의 영아기를 지켜보는 일련의 행위는 한 사람을 다각도로 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며, 이는 치유로 이어진다. 내게는 한없이 강인한 모습으로 비춰지던 조모가 어린 나이에 아들을 낳은 여린 엄마로 비춰지는 것처럼. 또한 조부의 부친과의 기억을 문자를 통해 상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와 비슷한 부친과의 기억을 겹쳐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는 독일의 버트 헬링거가 개발한 새로운 형태의 심리치료법인 가족 세우기(Family Constellations)와 유사하다. 가족 세우기는 우리가 겪는 심리적, 신체적, 대인관계의 갈등의 원인을 가족 무의식 안의 얽힘에서 시작된다고 보았으며,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이 속한 가족 체계 전체를 이해하고 조정하는 데 중점을 두는 치료 기법이다. 

참고로, 조부는 내가 태어나기 바로 직전 해에 돌아가셨다. 그는 황해도 해주 출신으로 월남하셨으며,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이라는 대한민국의 큰 역사적 사건들을 겪으셨다. 東源日記(동원일기)는 내가 얼굴도 보지 못하고, 목소리도 들은 적 없는, 마치 미지의 인물인 조부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과 같다.